“불교는 타파대상”…개신교계도 비판
부산 지역 개신교인들이 ‘내 종교 부흥을 위해 남의 종교 무너뜨리자’는 막가파식 부흥행사를 연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불교계는 물론 종교계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지역 ‘기독청년회연합’은 지난 6월 4일 지역 개신교 부흥을 위해 ‘어게인 1907 인 부산’ 행사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주최 측은 신도들의 열광적 참여열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교회의 부흥, 사찰이 무너지도록’ 이라는 자극적 표현을 동원했다.
국내 개신교 교세 확산의 시발점이 되었던 ‘1907년 평양 대부흥회’ 개최 100주년을 기념하고 이를 부산에서 재현하자는 취지에서 열린 ‘어게인 1907 인 부산’ 부흥회는 당초 주최 측이 예상했던 1만여 명을 넘어 1만 5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뤘고, 이에 고무된 주최 측은 주저 없이 사전에 계획했던 ‘교회의 부흥, 사찰이 무너지도록’이라는 살기어린 문구를 전광판에 띄웠다.
이날의 행사내용은 최근 인터넷 블러그를 통해 세간에 자세히 알려졌다. 인터넷 블러그를 통해 자세히 알려진 그날의 행사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사찰이 무너지도록 기도하자”는 문구를 주요 기도내용으로 삼았고, 참가자들은 스크린을 응시하며 기도를 이어갔다. 또 불교의 몰락을 위해 지역교회가 공조할 것을 촉구라도 하는 듯 사상구 ‘운수사’, 해운대구 ‘해운정사’, 서구 ‘내원정사’ 등 부산지역 대표 사찰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종교계 인사들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종교인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식마저 내팽개친 망동”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개신교계의 비이성적 행동에 충격을 받은 부산 불교계는 깊은 실망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불교청년회 부산지구 손정현 회장은 “불교를 적으로 규정하고 타파해야할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결코 예수님의 가르침도 아니며 다원화된 우리 사회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이런 식의 선교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킬 뿐”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신교계 원로인 부산시온중앙교회 정영문 목사도 개신교 청년들의 이번 사건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정영문 목사는 “청년들이 군중의 힘에 도취돼 비이성적인 행동을 저질렀다”며 “다른 사람의 몰락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성경에도 역행되며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짓”이라고 숙고하는 자세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이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부산 구덕교회 유임근 목사는 부흥회 한 달 뒤 모 일간지 기고를 통해 “1만 5000여명이 밤을 새워 기도한 ‘어게인 1907 인 부산’은 부산과 민족을 향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며 그날의 행사를 자랑했다.
유 목사는 이어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불교의 입장에서 본다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만 개신교 내부의 행사인 만큼 자신의 신념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며 “교회 안에서는 공공연한 일이며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당당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는 또 “진리는 오직 하나 뿐이기에 진리가 아닌 것은 없어져야 한다”면서도 “만약 벡스코가 아닌 해운대나 광안리와 같이 개방된 장소였다면 ‘무너지도록’과 같은 용어 사용을 자제했을 것”이라고 말해 소신에 대한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부산종교인평화회의 상임대표 정각 스님은 “대회 주최 측의 공식적인 사과는 물론 이웃종교와의 협의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