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연등회 연등축제로 계승 발전켜야”
전경욱 교수, 학술토론회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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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연등축제 무형문화재 지정돼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매년 열리는 연등축제를 한국의 대표적인 축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고려시대 연등회 등 불교 전통연등의식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경욱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4월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학술토론회에 제출한 ‘연등의 기원과 역사적 전개양상’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다채로운 길놀이 행사로 민중축제 돼야”
불기 255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와 행사기획단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날 토론회에서 전경욱 교수는 “고려시대에는 불교를 국교로 숭상해 왕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흥왕사, 봉은사 등의 사찰을 중심으로 연등회를 거행했다”면서 “연등회는 수많은 가설물과 등을 설치됐고, 대규모 가두행렬과 공연을 동반했던 축제적 행사로 치러졌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고려 연등회에서는 행사장을 배경으로 나무로 단을 만들고 오색 비단 장막을 늘어뜨린 장식 무대인 채붕 등을 설치하고, 그 앞에서 교방가무희(교방악), 기악(불교 공연예술), 백희잡기 등을 공연했다. 때문에 전통 연등회를 묘사한 그림이 발견돼 복원의 발판이 마련된 만큼 이를 바탕으로 현대의 연등축제 행사장에도 다양한 연등을 설치하고 그 앞에서 전통공연예술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사진설명> 일본 사이후쿠지(西福寺)에 소장돼 있는 고려시대 불화 관경변상도. 왕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됐던 고려시대 연등회 모습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특히 ‘길놀이’란 이름으로 왕이 지나는 길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가두행렬은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이어져 현대 연등축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 김 교수는 “연등축제에서도 등간을 만들어 세우고 다양한 등을 전시해 예술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행사장의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다양한 공연을 통해 관중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다채로운 길놀이를 거행해 참가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연등제의 역사와 전통’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김 교수 이외에도 연등축제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 하는 논문발표와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불교의례연구소 소장 미등스님은 ‘일제강점기 연등제 고찰’을 주제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일제강점기에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민간에서는 등간을 세우고 형형색색의 등을 밝히어 불야성을 이루었으며 관등놀이에 나온 군중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면서 “인위적 힘이 가해졌음에도 전통적인 연등제는 전승되었다”고 밝혔다.
‘세시풍속으로서 연등회와 관등놀이’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김명자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는 “전통 연등제는 불교축제이면서 민중축제였지만, 오늘날 연등축제는 민중적인 관등놀이의 모습이 사라진 불교신자들의 행사”라고 지적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