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개편 과정에서 누락… 고의 아니다"
조계종 "정부의 親기독교 성향 반영된 결과"
국토해양부가 관리 운영하는 수도권 대중교통정보이용시스템 '알고가'(www.algoga.go.kr)에 주요 사찰이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조계종측은 이 시스템에 교회는 다 들어가 있어 이명박 정부의 '친(親)기독교'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반발하고 있다.
23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알고가' 홈페이지<사진>에서 조계사나 봉은사 등 대형 사찰들을 검색하면 지도에 화살표로 위치 정보만 뜰 뿐 이름은 나타나지 않는다. 봉은사의 경우, 인근 중소 규모 교회 7~8곳은 십자가 표시와 함께 이름이 나오지만 '봉은사'는 나오지 않는다.
봉은사뿐 아니라 조계사, 구룡사, 능인선원 등 서울 시내 다른 사찰도 지도에 이름이 뜨지 않는다. 조계사의 경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란 명칭만 나올 뿐이다.
'알고가'는 수도권 내 빠른 길이나 지하철, 버스 노선 등을 알려주기 위해 건설교통부가 8억원을 들여 2003년 열었다. 이때만 해도 사찰 지명 정보가 지도상에 있었다. '알고가'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처음부터 시스템 제작에 참여하고 유지·보수를 위탁받았던 한국공간정보통신이 올 4월 이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사찰 이름을 누락한 것이다. 이 시스템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만5000~2만 명 가량이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국토부는 부랴부랴 해명 기자 회견을 열고 "담당자가 이를 꼼꼼히 점검하지 않아 일어난 실수였을 뿐 고의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종환 장관도 불교계 원로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달할 예정이다. 시스템을 유지·관리해 온 버스연합회는 "본의 아니게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항의전화가 쏟아져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국공간정보통신도 "서비스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사찰뿐만 아니라 일부 공원이나 골프장 등도 입력하지 못했다"며 "이번 주 안에 정보 입력을 모두 끝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23일 성명을 발표하고 "1700년의 불교와 전통문화를 송두리째 없애버린 '알고가'를 즉각 개편하고 국토해양부 장관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은 "이번 '알고가'에서 의도적으로 불교의 사찰과 상징물을 제외한 것은 분명 누군가의 지시와 감독이 수반된 일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적 이중성을 지적하고, 특정종교를 위해 복무하고자 하는 공무원 및 관련기관의 엄중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