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
[2보] 서울광장서 불자·시민 3만여명 108배 참회
오후6시 30분께 서울시청앞 광장에 도착한 스님 1,000여명을 비롯한 불자 3만여 명은 불교방송 차한잔의 선율 진행자 진명스님의 사회와 조계사 능허스님의 집전으로 시국법회를 시작했다.
릴레이로 법고를 올리면서 시작된 법회는 스님들의 입장에만 20여분이 걸렸다. 명진 스님은 "법고는 평화를 상징하고 성냄과 어리석음을 타파하고 위정자의 잘못을 깨우치게 하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삼귀의, 예불, 반야심경으로 시작된 법회에서 수경 스님은 여는 말씀을 통해 "촛불과 물대포 이 둘의 관계는 지금 한반도에 사는 우리네 삶의 실상을 비극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며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민을 향해 국가가 국민을 향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 국가에서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스님은 시국법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한 눈을 감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라는 콩깍지가 씌어서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며 "이런 눈 때문에 중고등 학생들도 아는 생명의 가치를 대통령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봉환 스님의 회심곡과 법진 스님(해인사 강주)의 동참말씀이 뒤따랐다. 법진 스님은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돼 있다"며 "사회통합에 나서달라며 두 달 넘게 국민들이 여기에서, 오죽하면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이 여기에 모였겠냐. 만시지탄이지만 종교계 어른들이 꺼져가는 촛불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대단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지금이라도 편가르기와 종교편향 그만하라. 가진 자를 위한 행정을 그만하라"며 "자꾸 이러니까 산중에 사는 나 조차도 이 사회에 정의가 있는지 의심된다.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잘 새겨서 받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룡유치원 김윤성 등 17명의 어린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은 '참 좋은 말', '앞으로 앞으로' 2곡의 노래로 음성공양을 해 1만여 불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인 전종훈 신부는 연대사에서 "성불하십시오. 고기도 안드시는 스님들이 왜 화가 났습니까. 정부의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의 결과다"며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되새긴다. 나를 태워 세상을 밝히겠다는 염원은 촛불을 켜는 것과 상통한다"고 말했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헌법제1조' 등을 합창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높이 들고 노래를 함께 불렀다. 불자들은 촛불을 연등모양의 등으로 감싸, 서울광장에 연등 물결이 출렁거렸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성묵스님이 낭독한 결의문에서 불교계는 "모든 중생이 병들었으므로 나 역시 병들었으며, 모든 중생의 병이 없어지면 내 병도 사라질 것입니다. 왜냐면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생사에 들기 때문입니다"라며 유마경을 예로들며 "정부는 쇠고기 고시를 철회하고 재협상에 나서는 등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최근의 공안 정국에 대한 진실한 참회와 어청수 경찰청장 등 관련자에 대한 문책, 평화시위 보장 및 연행된 국민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다"며 "정부의 관료들과 공직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침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종교편향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종교간 갈등과 반목, 국민 화합과 통합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범죄행위인 바 정부의 분명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말했다.
이어서 스님 1,000여명을 비롯한 3만여 명의 사부대중은 108배 참회에 돌입했다.
운문사 교무국장 운산 스님은 발원문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촛불을 든 어린 소녀들을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지시고 국민들의 자존과 존엄에 패인 생채기를 자비하신 마음으로 보듬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발원문을 끝으로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응 위한 시국법회' 1부 행사를 마친 1만여 명의 사부대중은 도보순례에 나섰다.
행진은 시청앞 서울광장을 출발해 숭례문 앞 남대문시장을 돌아 을지로입구를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3만여 촛불행렬로 이어졌다. '참회와 희망의 행진'에 이어 대불청 소리바라기, 창공 등의 문화행사가 예정돼 있다. 불교계는 아기 부처 형상의 '촛불소녀'와 '사천왕상' 등을 행진 대열 선두에 세웠다. 스님들은 연등을 들었고, 재가자들은 연꽃모양의 촛불을 들었다.
진중권 교수는 칼라TV 방송에서 "시국미사 때보다 훨씬 많은 불자들이 오늘 동참한 것을 보니, 불자들이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평했다.
이혜조 기자 astb600@naver.com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