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불교대책위 “정부 조금 더 성의 보여야”
대통령 유감 표명 관련 논평
[종교편향] 이 대통령 “종교편향 심히 유감”
범불교대책위원장 원학스님 등이 9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형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공직사회의 종교편향 행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불교계가 “조금 더 성의를 표하라”고 주문했다. 헌법파괴 종교편향 종식 범불교대책위원회는 오늘(9일) 논평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범불교대책위원장 원학스님 명의로 된 논평에서 “우리는 오늘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의 유감을 표명한 것과 재발방지 지시를 한 것은 이전 보다 성의 있는 자세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아직 나머지 3가지 결의사항이 남아 있는 바 이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정부가 좀 더 성의를 갖고 수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 나머지 결의사항을 실현하기 위해 불교도의 지혜와 원력을 모으는데 노력하겠다고 재차 천명했다.
이같은 논평은 불교계가 그동안 반응이 없던 정부의 태도가 진일보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원학스님은 “오늘 대통령 발언은 앞서보다는 성의 있는 것이지만 우리는 4가지 요구안을 모두 받아줄 것을 요구했으므로 대통령의 발언을 수용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정부의 후속 조치를 지켜본 후 추석 이후에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님은 “4가지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지역별 범불교도대회를 순서대로 개최하겠다고 이미 밝혔다”며 “대회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사과로 받아들이는 것이냐는 질문에 스님은 “우리의 요구안이 이행되는지 여부를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뜻이어서 아직까지는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대책위는 내일(10일) 대구 동화사에서 열리는 대구․경북지역 범불교 대표자 회의는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계는 이명박 대통령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천명과 함께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및 책임자 문책 △공직자 종교편향 근절 입법 조치 △시국 관련 국민대화합 조치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해왔다.
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