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구·경북 대표회의서 결의…소위 구성
MB 유감표명 사실상 거부…규탄열기 확산
지관 스님, 예고없이 동화사 온 魚청장 외면
이명박 대통령이 종교편향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현 정부를 규탄하는 불교계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추석 이후부터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지역별 범불교도대회를 강행,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는 열기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대구·경북지역 불교지도자들은 9월 10일 대구 동화사에서 긴급 대표자회의를 열고, 정부가 불교계의 4개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지 않을 경우 지역 범불교도대회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이는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에 밝힌 유감표명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비롯해 태고·천태·진각·관음종 등 종단협의회 소속 주요 종단 총무원장 스님과 대구·경북지역 교구본사 주지, 재가단체 대표 등 130여명은 이날 회의에서 “불교계의 4개 요구 사항을 반드시 관철시켜 현 정부에서 더 이상 종교편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불교지도자들은 대구·경북지역 교구본사 총무국장과 종단협의회 소속 각 종단 추천위원, 재가신행단체 대표들을 중심으로 소위원회를 구성, 정부가 추석까지 4대 요구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즉각 지역 범불교도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우리 불교의 최고 덕목이 자비이지만, 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일부 공직자의 종교편향을 중지시켜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고 통합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자”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또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은 “이명박 정부 들어 불교는 계속되는 종교차별로 위협을 받고 있다”며 “불교도들의 뜻을 모아 현 정부의 종교차별, 민족 분열 정책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자”며 강력한 의지를 불태웠다.
범불교도 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 범불교도대회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대략 10월 초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 규모면에서는 지난 8월 2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범불교도대회 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불교세가 강한 대구·경북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적어도 6만여 명 이상의 불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대책위는 내다보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범불교도대회가 예정대로 열릴 경우 이명박 정부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규모면에서 20만여 명이 참석한 8·27 범불교도대회 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여권의 최대 지지 기반이 대구·경북 지역이기 때문이다.
대책위 상임집행위원장 진화 스님은 “현재 대책위는 대구·경북 지역 범불교도대회의 규모와 관련해서는 크게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사실상 현 정부를 탄생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대구·경북지역에서 범불교도 대회가 열린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예정에도 없이 나타나, 불교계 지도자들에게 사과 의사를 표명하려 했지만 스님과 신도들의 반대에 부딪쳐 ‘문전박대’를 당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어청수 경찰청장은 오후 4시50분께 동화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지관 스님을 만나 손만 잡은 뒤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특히 어 청장은 “큰 스님 저 왔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지관 스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 청장은 또 범불교지도자회의가 열리는 동안 ‘스님들에게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회의장을 입장하려 했지만 스님들과 신도들의 강한 제지에 밀려 발걸음을 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