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열린 방송사 시상식에서 두 연예인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개그맨 이수근 씨와 배우 최준용 씨. 두 사람은 수상 소감을 통해 타종교 연예인들이 경쟁적으로 신앙고백을 하는 사이에서 당당히 불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개그맨 이수근 씨 “자용 스님 감사”
“먼저 아들 이름을 지어 주신 평창 극락사 자용 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열린 ‘2009 KBS 연예대상’에서 쇼 오락 MC부분 남자 우수상을 수상한 불자 개그맨 이수근 씨. KBS 해피선데이 ‘1박2일’과 ‘상상더하기’ 등에서 버라이어티 정신을 발휘한 그가 “강호동, 이경규, 유재석을 제쳤다”는 즉석 개그로 웃음을 터뜨린 데 이어 제일 처음 생각나는 은인이 “스님”이라고 공개하자 객석에서는 다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 씨는 ‘고음불가’ 시절인 7년 전 강원도 평창의 극락사 어린이 여름불교학교 참석을 계기로 자용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스님은 이 씨가 슬럼프를 극복하도록 격려했고 모태신앙을 가진 이 씨도 방송 틈틈이 전국 어린이 법석에서 웃음 공양을 자청했다. 그 결과 조계종 신도증 홍보대사에 이어 제21회 포교대상 문화체육부문 원력상까지 수상했다.
특히 본인과 12살 연하인 아내 박지연 씨, 곧 태어날 둘째 ‘이박이’(태명) 모두 호랑이 띠다. 어렵고 힘든 어린이들을 위해 웃음 걸망을 진 포대화상이 되겠다는 이 씨는 “불자연예인들이 더 당당하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길 바란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배우 최준용 씨 “부처님께 회향”
“마음속에 자리 잡고 계신 부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열린 ‘2009 SBS 연기대상’에서 연속극 부분 남자 조연상을 받은 최준용 씨. 그는 “앞의 모든 분들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는데”라고 언급한 뒤 “저는 제 마음 속에 자리 잡고 계신 부처님께”라고 또박또박 밝혔다. 환호하는 관객을 향해 짧게 인사한 그는 다시 “부처님께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는 말로 소감의 끝을 맺었다. 그의 이 한 마디는 방송 후 ‘재치 있는 수상 소감’으로 회자되며 미니홈피에도 격려 글이 이어졌다.
최 씨는 지난해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겉은 무뚝뚝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남자 구강재 역을 맡아 ‘악역 전문배우’ 이미지를 털고 ‘국민삼촌’으로 인기를 누렸다. KBS 대하드라마 ‘천추태후’에서도 고려를 버리는 간신 ‘이현운’ 역으로 호연을 펼쳤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18 년간 연기 생활을 이어 온 베테랑 연기자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싱글 대디’로 아내와 이혼 후 심적 고통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심을 거듭하며 연기와 아버지 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재치있는 개그, 소탈한 미소의 이수근 씨와 최준용 씨. 두 연예인의 신심을 향해 이제는 불자들이 따뜻한 격려와 열렬한 응원을 보내 줄 때다.
법보신문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