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연산군 시절 만들어진 목조 관음보살상의 복장(腹藏· 공양품을 넣는 공간)에서 고려시대 재배된 고려인삼을 비롯, 볍씨와 대마씨 등이 다량 발견됐다.
한국전통문화학교(총장 배기동)부설 전통문화연수원은 23일 부산 원광사(주지 도진 스님)에서 봉안 중이던 높이 67㎝인 목조 관음보살상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들 식물류와 함께 황동팔엽합((黃銅八葉盒·청동그릇의 일종)과 각종 보석, 유리제품 등 모두 47종의 공양품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관음보살상의 복장품으로 나온 발원문(發願文)에 의하면 이 보살상은 1502년(연산군 8년)에 제작돼 평안도 천성산 관음사에 모셔졌던 것으로 흥교사(興敎寺) 주지를 역임한 도유(道裕) 스님이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보살상의 수종 분석과 CR 촬영 분석 결과 얼굴과 몸체는 소나무 재질, 팔과 다리는 은행나무 재질로 만들어져 접합된 점, 뒷면 머리카락의 표현방식 등 형태가 매우 특이했다.
특히 인삼은 탄소연대 측정결과 1060년을 전후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적어도 고려시대의 것으로 판명됐으며 전세(傳世·세상에 전해짐)하다가 복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상의 몸체 부분인 육송은 연대가 1335년으로 밝혀졌다.
전통문화연수원 이관섭 교수는 "이 관음보살상은 현전하는 목조불상 중에서 대단히 오래된 것에 속하는 것으로 고려와 조선 초기의 불상조성과정과 불교신앙풍습을 엿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남차우 기자 n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