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이 입적한 지 2주가 되어 가고 있음에도 방송, 출판, 연예계 등 스님에 대한 추모 열기는 더욱 뜨거워 지고 있다.
사회의 그늘진 곳을 보듬기 위해 스님이 설립한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는 평소에 비해 회원 가입이 10배 가까이 늘었고, 회원 가입 방법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해 정상업무가 어려울 지경이다. 불우 이웃이나 무의탁 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을 후원해 온 맑고 향기롭게는 전국 6개 지역모임에 2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무소유』 등 책 발간으로 스님이 얻은 10억여 원 가량의 인세 중 상당액도 맑고 향기롭게를 통해 장학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 입적 후 인터넷으로 회원에 가입한 분이 많다”며 “가입 동기란에 스님의 뜻을 기리고자 한다는 내용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또한 법정 스님이 입적했던 길상사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49재 중 초재였던 지난 3월 17일 3000여 명이 길상사를 찾아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했으며, 송광사에서 봉행될 7재까지 연인원 1만 명 이상의 추모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길상사 전근홍 사무장은 “매주 수요일 재가 열릴 때마다 25인승 버스 1대를 더 임대해 길상사로 추모객들을 안내할 예정”이라며 “수요일마다 600~1000여 명의 추모객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마지막 재에는 추모객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길상사에서 45인승 20대를 마련해 송광사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와 인터넷에서도 법정 스님의 추모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프랑스 파리 길상사와 미국 뉴욕사암연합회 등에 분향소가 설치돼 조문이 이뤄지고 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과 네이트 등의 게시판과 블로그, 카페와 트위터 등에는 사이버 분향소가 마련되고 추모글이 이어지고 있다.
또 연예, 문화계 인사들의 추모도 끊이지 않았다. 방송인 김제동 씨는 3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방안에 들어온 달빛도 손님인 듯 해 가만히 모셨다는 스님의 말씀이 아직 가슴에 뛴다”며 “또 한 분을 눈에서 보내드리고 가슴에 모셔야 하겠다”고 추모했다. 소설가 이외수 씨도 트위터에 “법정 스님 떠나시네, 훠이훠이. 회색하늘 텅 비어 있네”라는 짧은 글로 애절함을 전했다.
뿐만 아니다. “말빚을 지기 싫으니 절판해달라”는 법정 스님의 유언에도 교보문고를 비롯해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3월 18일 한국출판인회의에 따르면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 온ㆍ오프라인 서점 11곳에서 3월 12일부터 18일까지 집계한 3월 셋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아름다운 마무리』가 1위를 차지했다. 실제 국내 최대 규모인 교보문고 온라인 매장에서는 『내가 사랑한 책들』, 『인연이야기』, 『산에는 꽃이 피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등 스님의 저작들이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무소유』는 품귀 현상으로 구할 수 조차 없을 지경이다.
방송가에서는 법정 스님 다큐멘터리가 방영돼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KBS 1TV는 3월 12일 다큐멘터리 ‘무소유의 삶 법정 스님’을 긴급 편성해 방영했고, 이 프로그램은 전국 기준 13.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KBS 2TV에서는 3월 21일 다큐멘터리 3일에서 ‘법정 스님 가시는 길 72시간’의 영상을 담아 방영했다. MBC도 3월 12일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SBS 역시 3월 19일 다큐멘터리 ‘큐브’에 ‘법정 스님의 인연과 발자취’를 방송했다.
법보신문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