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기독트리는 OK 전통연등은 NO
공항공사, 문화재인 연등회 전시 잇단 거절
공항 관계자 “트리는 인테리어 차원” 궤변
연등회보존회 전시 제안에 “형평성 어긋나”
2007~2012년 6년동안 트리 버젓이 설치
2013.04.26 11:41 입력 | 2013.04.26 14:21 수정
▲인천공항이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 홍보 조형물 설치를 특정 종교 시설물이라며 거절해 놓고 정작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기독교 상징물인 트리를 설치, 문화재에 대한 몰이해 혹은 종교편향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사진은 2012년 공식 행사로 거행한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
인천공항공사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인 ‘연등회’ 홍보를 위한 연등 설치 제안을 ‘종교간 형평성’을 이유로 거절해 논란이 일고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공항 내 기독교 상징물인 트리를 설치, 점등식까지 거행하면서 정작 국가지정 문화재인 연등은 일개 종교시설물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문화재에 대한 몰이해 혹은 종교편향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다.
연등회 보존회는 4월15일 공문을 통해 연등회와 템플스테이 홍보를 위한 시설물 설치를 인천공항 측에 제안했다. 제안서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된 연등회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축제이며, 템플스테이 역시 국가차원에서 지원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라는 점에서 한국 전통문화 홍보를 위한 취지임을 명시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19일 전화를 통해 “종교시설물이어서 어렵다”고 답해 왔다. 결재권자가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공식적인 답변은 미뤘지만, 사실상 연등 설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우선 전달한 셈이다. 공사측은 이어 25일자 발송 공문을 통해 “인천공항은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용시설로서, 타종교 행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특정종교 시설물 설치는 부적절하여 연등회 홍보 조형물 설치가 곤란하다”고 답신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이 국가지정 문화재인 연등회를 일개 종교시설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불거지고 있다. 연등회는 문화재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매년 5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 종교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홍보·육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축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천공항이 정작 크리스마스에는 기독교 상징물인 트리를 공항 내에 설치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은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크리스마스에 성탄트리를 설치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대규모 성탄트리를 전시하고 공식행사의 일환으로 점등식까지 거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차원에서 보호·육성해야 할 문화재는 ‘종교시설물’로 치부하며 종교간 형평성을 들어 난색을 표하면서 정작 기독교 종교시설물은 대대적으로 설치해 홍보해 온 셈이다. 전통등 설치를 거부하는 배경에 다른 종교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지는 이유다.
또 인천공항은 최근 문화재보호재단이 제안한 연등 설치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보호재단에 따르면 재단측은 최근 문화재 홍보 차원에서 공항 내 연등 설치를 추진키로 결정하고, 인천공항 측에 “연등회의 문화재 지정 기념 및 홍보를 위해 국보급 탑의 형태로 등을 전시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연등회 보존회 등 다른 단체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해왔지만 이미 거절했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인천공항은 연등회 보존회 측에는 ‘종교시설물’이라는 이유로 설치를 거절해 놓고, 이를 또 다른 거절의 수단으로 이용한 셈이다.
인천공항 내 전통등 설치를 추진해 온 한 교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연등을 종교시설물로 보는 것 자체가 문화재에 대한 이해 부족이자 한국문화 홍보의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셈”이라며 “애초에 연등을 종교시설물로 본다면 기독교 종교시설물은 되고 불교 종교시설물은 안된다는 논리이니 명백한 종교편향으로 더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운영총괄팀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경우 종교 시설물이라기보다 연말을 맞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인테리어 차원으로 설치해 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