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정보로 코스닥 엔디코프 주식 사들인 혐의
재벌 2~3세 함께 연루…증권가 “그럴줄 알았다”
김경락 기자 고제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 셋째사위 조현범(36)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증권거래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내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 김옥희씨 공천 로비 파문에 이어 다시 친인척 비리 의혹이 불거져 수사 방향에 따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조 부사장을 비롯한 재벌 2~3세들이 부적절한 주식 투자로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을 파탄에 빠뜨렸다는 사실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이번 검찰 내사 소식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봉욱)는 조 부사장이 코스닥 상장기업인 엔디코프의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5월 증권선물위원회가 한국도자기 창업자의 3세인 김영집(35) 전 엔디코프 대표(한국도자기 회장 아들)와 박아무개 부사장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다, 조 부사장도 연루된 의혹이 있어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에 대한 검찰의 내사 착수 소식에 증권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부사장이 엔디코프 외에도 코디너스와 동일철강 등 코스닥 상장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그동안 무성했던 탓이다. 증권가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계 인사는 “조씨 등 재벌 2~3세들의 이름이 지난해 이뤄진 유상증자 과정에 잇달아 나오는 등 의혹을 가질 만한 투자 행태를 보였다”며 “특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원개발 등을 호재로 내세워 주가를 부양하는 행태가 반복되자 금융·사법 당국에 덜미를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월 실시된 코디너스 유상증자엔 조 부사장과 김영집 전 엔디코프 대표가 함께 등장하고, 9월로 예정됐다가 금감원 제지로 무산된 동일철강 유상증자엔 조 부사장과, ‘코스닥의 미다스 손’으로 알려진 엘지그룹 재벌 4세인 구본호씨 이름이 나온다.
주가 부양 방법도 거의 같다. 엔디코프와 코디너스, 동일철강은 유상증자 직전에 해외 자원개발에 나선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당시 자원개발 공시는 증권가에선 ‘자원개발 테마주’로 불릴 정도로 가장 확실한 주가 급등 소재였다. 이런 수법으로 조 부사장 등 재벌 2~3세들은 평가이익으로 따져 한때 수백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다만 엔디코프의 경우엔 조 부사장 이름이 나오지 않고, 김영집 전 대표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클레리온파트너스라는 회사가 등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맥락에서 검찰 수사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증권사 관계자는 “구본호, 조현범, 김영집씨 외에도 재벌 2~3세의 석연치 않은 주식 투자가 지난해에 무성했다”며 “이들 탓에 손해 본 개미투자자도 적지 않은 만큼 재벌 2~3세와 관련된 모든 의혹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증권가에선 코디너스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아남그룹 창업주 손자 나아무개씨와 극동유화그룹 회장 아들인 장아무개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경락 고제규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