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문건 청와대 언급·부사장은 인수위 출신·잇단 정부지도 수주
▲ 한국공간정보통신 지도에만 유독 사찰을 누락하거나 홀대하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특정 업체에서 연이은 불교홀대는 고의성이 짙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잇따라 사찰을 누락하거나 교회보다 상대적으로 홀대해 물의를 빚은 정부의 지리정보서비스를 납품하고 유지보수한 민간업체의 정권 유착 의혹을 보도한 <불교닷컴>의 보도와 관련 증거 자료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불교닷컴> 지난 8일 2건의 기사에서 (주)한국공간정보통신의 모 부사장이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 출신이며 이 때문에 사찰을 고의적으로 누락한 의혹이 짙다라고 보도했다.
당시 <불교닷컴> 취재진은 이 회사의 윤태식 상무에게 "<불교닷컴>에서는 (사찰 누락이)고의성이 짙다고 본다. 알고가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러러웠는데 동일한 잘못이 있는 지도를 수정하지 않았다는 점, 사장이 천주교인이라는 점, 노 모 부사장이 이명박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자문이었던 점 등이 그것이다."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윤 상무는 "불교계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십여년간 국내 2위 자리를 고수하면서 이 자리에 섰는데 특정종교나 특정정치 세력과 뜻을 같이하면 5년 단위로 회사가 흔들린다."며 <불교닷컴> 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
업체, 대통령직인수위에 깊이 관여
그러나 <불교닷컴> 취재 결과, 인수위 시절부터 이 회사는 인수위에 깊은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수위 상임자문위원을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이 회사 사장 명의의 문건들이 인수위 내부로 보고됐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상당수 관련 문건을 <불교닷컴>은 확보했다.
첫번째 의혹은 부사장 영입이다. 소규모 업체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을 영입하기가 수월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사장은 인수위에서 국가지리정보체계 구축 분야를 주로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부사장 영입과 관련 이 회사의 윤태식 상무는 "지리정보 프로젝트 때문에 영입했다"고 말했다. '윤 상무와 같은 연대 출신의 청와대 모 수석과의 연계설'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그렇게 거물이 아니다. 부사장 영입은 나와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는 지난 7월 1일 21억8,700만원 규모의 행정안전부의 새주소 기반 표준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는 공고가 났다. 이어 7월 2일에 국토부가 발주하는 도시계획(UPIS) 사업을 프리젠테이션 등을 통해 1위를 차지,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라있는 상태다.
도시계획(UPIS) 사업은 중앙뿐 아니라 지자체별로 구축하게 되어 있어 이번 수주가 지자체 사업 수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내다봤다. 모두 부사장 영입 이후의 성과다.
인수위 출신 청와대 수석 관련설도 '파다'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사장은 부사장과 현재 청와대 수석으로 근무중 인사와 자기와의 관계를 평소에 회사안팎에서 과시하고 다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인수위 백서에 따르면 인수위는 국가지리정보체계 구축을 핵심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인수위 간사 츨신이자 현재 청와대 수석인 모씨는 인수위에서 '놓칠 뻔했던 과제 되살린 것 보람'이라는 제목의 인터뷰에서 "여러 부처로 지리정보가 갈라져 비효율성을 낳고 있는 NGIS(국가지리정보체계)의 통합·조정안을 마련한 것...등도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모 수석은 서울 송파구 새벽교회 집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지도 업계 관계자는 "이 업체는 사찰 누락 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의 새주소지도망에서 울릉도와 독도가 검색되지 않는 오류를 범했음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되레 정부에서 몇 건의 추가 수주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작은 규모의 업체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한 원인이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청와대 수석이 이 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업체의 내부문건에 모 프로젝트 수주전략으로 청와대를 언급한 것과 모 수석의 인터뷰 내용, 인수위의 국정과제 채택 등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업체 문건 "청와대 국무조종실 통한 지속적 지원"
<불교닷컴>이 확보한 "KLIS 사업 관련"이라는 제목의 이 업체의 내부문건에는 사업 수주전략과 관련, "BH 및 국무조정실 기타 외곽 조직을 통한 지속적인 측면 지원"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KLIS는 인터넷토지정보시스템의 영어 약어이고 BH는 통상적으로 청와대를 칭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소규모 업체가 청와대 등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이후 지난 7월에 이 사업의 제안서를 정부가 받고 있는데 이 문건에서 언급한 '국산'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가산점이 들어있어 이 업체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고 있으며, 7월에 제안서를 받는 사업을 이미 3월에 내부 전략을 짰다는 것은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공간정보통신 내부 문건. 7월에 제안서를 받는 사업에 관해 이미 내부에서는 3월 20일 수주전략을 논의한다. 수주전략에는 BH(청와대)라는 용어가 등장, 인수위 출신 부사장 영입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진제공 =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업체 사장, algoga.co.kr 도메인 소유
이밖에도 업계에서는 이 업체가 알고가 서버를 한국공간정보통신 내에 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불교닷컴이 취재를 하는 과정인 지난 21일 알고가 사이트에는 DNS서버를 이전한다는 공지가 떴다. 도메인 대행사의 안내에도 21일 정보가 변경됐다고 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고가 서버가 한국공간정보통신 내에 있다는 것이 알려질 경우 또 다른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 급하게 서버를 이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이 알고가의 두 가지 도메인 가운데 하나를 공간정보통신 김인현 사장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메인 등록대행자인 (주)후이즈 검색 결과, 김 사장은 2002년 11월 20일 'algoga.co.kr' 도메인을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사장은 이미 2002년부터 알고가 사업을 준비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algoga.co.kr와 algoga.go.kr로 검색하면 모두 서울시대중교통안내 시스템인 '알고가'로 연결된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불교닷컴>의 취재에 대해 "현재 이 문제로 사장 등이 모두 바쁘다. 메일로 질문 사항을 주면 답하겠다"고만 밝혔다. 윤태식 상무는 "부사장 영입과 청와대 수석개입설등은 모두 터무니없으며, 사찰 누락은 실수며 교회가 먼저 나오고 사찰이 나중에 나오는 지도는 현재 우리가 관리하는 것은 맞지만 다른 업체 지도다"고 해명했다.
민주당도 이번 사태에 대해 '지도게이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거자료를 수집 중이다.
이혜조 기자 astb600@naver.com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