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빠른 간행본
경주 석조미륵여래삼존상 등
성보 7건도 보물로 승격
국보 제306-4호 삼국유사 권4-5(권수제) (사진=문화재청)
국보 제306-4호 삼국유사 권4∼5(내지) (사진=문화재청)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경선 스님)에서 소장하고 있는 보물 제419-3호 ‘삼국유사 권4~5’이 국보 제306-4호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7일 범어사가 소장한 ‘삼국유사 권4~5’를 국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존하는 판각본 중 인출 시기가 가장 빠른 1394년 자료로 상태 역시 양호하다는 점에서 서지학적 가치가 인정됐다.
범어사가 소장한 ‘삼국유사 권4~5’는 '삼국유사' 전체 내용 중 5~9편목인 의해(義解), 신주(神呪), 감통(感通), 피은(避隱), 효선(孝善)을 총 1책으로 묶은 것으로 전체 5권 중 권4~5만 남아 있다. 범어사 초대 주지를 역임한 오성월(吳惺月, 1865∼1943) 스님의 옛 소장본으로 1970년경 범어사에 기증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같은 계열의 판본으로 알려진 국보 2건, 국보 제306호(송은본), 국보 제306-3호(파른본)과 비교할 때 범어사 소장본은 비록 완질은 아니지만 1394년 처음 판각된 후 인출 시기가 가장 빠른 자료로 서지학적 의미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 지정본에서 누락된 제28~30장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자 1512년(중종 7) 간행본의 오탈자를 확인할 수 있어 현재까지 알려진 삼국유사 판본에 대한 교감과 원판 복원을 위한 자료로서 역사·학술적인 중요성이 크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아울러 범어사 소장본은 서체, 규격, 행간 등에 있어 후대인 1512년 간행된 판본과 밀접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다른 지정본과 더불어 조선 초기 판본을 복원할 수 있는 자료이고, 단국신화를 비롯해 향찰로 쓴 향가 14수가 수록돼 있어 우리나라 고대 언어 연구에도 많은 참고자료가 된다는 평가다.
문화재청은 “‘삼국유사 권4~5’는 현존하는 동종 문화재 가운데 가장 빠른 인출본이자 보존상태가 양호해 기타 지정본의 훼손되거나 결락된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며 “ 또한 종교·역사·지리·문학·언어·민속·사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고대 우리 민족의 생활상을 복원할 수 있는 사료의 집합체라는 인류문화사적 의의를 고려한다면 국보로 지정해 그 가치를 널리 알리고 보존·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조선 초기본의 경우는 완질본의 형태가 아닌 개별 권으로 각각 다른 주체들이 소장하고 있는 상태로 범어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 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스님이 집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산 사찰 내에서는 범어사가 유일하게 삼국유사를 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부산의 자랑이며, 선(禪) 수행을 중심으로 한 금정총림 범어사의 정신을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범어사에서는 소장 유물의 보존과 관리에 힘쓸 것이며 나아가 앞으로 신축될 박물관에서의 활발한 전시와 연구, 교육을 통해 우리 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범어사는 현재 우리 문화유산을 더욱 좋은 환경에서 보존하고 더 많은 대중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볼 수 있도록 성보박물관 신축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보물 제2071호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 (사진=문화재청)
이밖에도 문화재청은 이날 △경주 남산 장창곡 석조미륵여래삼존상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및 복장유물 △합천 해인사 원당암 목조아미타여래삼존상 복장전적 3건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존불좌상·사보살입상 및 복장유물 △공주 갑사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사보살입상 복장전적 등 7건도 함께 보물로 신규 지정했다.
문화재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들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혁신 차원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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