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특집] 부산연등축제의 꽃 ‘선재동자 문화전승단’

“우리 호기롭게 노래하며 신나게 놀아볼까”

초등학생 25명 구성
전통문화 배우고 익혀
연등회 팔관회서 활약
호기놀이 공연해 박수

불연 심고 활동 계속
미래불교 이끌 동량
“떨리지만 재미있어요”





선재동자 문화전승단 소속 어린이들은 더운 날씨보다 호기놀이 공연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컸다. 진땀을 뺀 리허설을 마치고 ‘선재동자들’이 밝은 모습으로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이유다.



“우리 호기롭게 노래하며 놀아볼까?” “줄이면 호, 기, 놀, 이!”

4월22일 오후1시 부산 송상현광장. 봄이지만 제법 강한 뙤약볕으로 잔뜩 달궈진 무대 한복판에 아이들이 섰다. 언뜻 봐도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18명의 아이들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이 어린이들은 부산연등축제의 꽃이다. 이름하여 ‘부산불교 선재동자 문화전승단’이다. 지금은 ‘선재동자들’에게 중요한 시간이다. 같은 날 오후 늦게 열리는 부산연등회의 리허설 무대이기 때문이다. 호기놀이는 ‘2566부산연등축제’의 공식 행사다. 10분 남짓한 문화공연이지만 부산연등축제를 함께 하는 당당한 주인공으로서 아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특히 올해 호기놀이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3년 만에 다시 열리는 공연이라서 의미 또한 남다르다.

“범어사에 연등을 달아볼까?” “우리한테 돈이 어디 있다고.” “연등불사를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비트코인에 투자할 걸 그랬나?”… 호기놀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냈다. 이윽고 ‘여기 송상현광장에서 점등식이 열린다’며 이곳에서 ‘버스킹’을 하며 연등을 만들 ‘모연’을 하자고 입을 모은다. 이것이 바로 ‘호기놀이’라고 큰소리로 외친 아이들은 이내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버스킹(거리공연)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호기놀이’라 쓰인 깃발과 바구니를 들고 관객석으로 향한다. “우리 연등 많이 달게 많이 보시해주세요.” 아이들이 연기와 노래, 춤으로 호기놀이를 설명하니 눈과 귀에 쏙쏙 박힌다.

뙤약볕 아래에서 한복까지 빼입은 데다,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까지 더해 아이들은 진땀을 흘렸지만, 누구보다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리허설을 해냈다. 오후1시에 첫 번째, 오후4시경에 두 번째 리허설을 마친 ‘선재동자들’은 지치기보다 오히려 자신감 뿜뿜이다. 김도경(13, 반석초6)양은 “무척이나 떨린다”며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처음이라서…”라고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을 털어놨다. 임태연(13, 창신초6)양은 기대감이 더 크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춘다고 생각하니 기대돼요.” 생각은 다르지만 “재미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했다. “물론 떨리긴 하지만, 대사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게 재미있어요.”(김도경),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까지 들어요.”(임태연). 호기놀이 공연을 통해 스타가 되고픈 선재동자도 있을 정도다. 김소윤(12, 재송초5)양은 “공연 잘해서 누구나 알아보는 인기스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후1시경 첫 번째 리허설 모습. 뙤약볕 아래서도 선재동자들은 진지하게 연습에 임했다.



사실 선재동자 문화전승단의 연습시간은 오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리허설은 본 공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진지하면서 엄격했다. 이렇게 선재동자들이 무대에 서기까지는 숨은 공로자가 있어 가능했다. 지도교사와 자모회장이 그들이다. 해동중학교 음악교사인 김명조 씨는 신혼여행을 마치자마자 곧장 달려와 선재동자들을 지도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공연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 선재동자들의 ‘엄마’ 자모회장 현수원 씨는 지도교사와 함께 공연을 돕고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갖은 수발을 책임진다. 현수원 회장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이룬다는 성취감이 크다”며 “비대면 시대를 맞아 개인적인 성향이 더욱 짙어진 아이들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협동심을 기르고 봉사하는 마음을 키운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재동자 문화전승단은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의 야심작이다. 올해 처음 결성된 선재동자 문화전승단은 새싹포교의 방법이면서 부산불교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방향이자 희망이다. 선재동자들은 현재 여섯 살부터 중학교 2학년생까지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불연(佛緣)을 심어주고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활동을 전개해, 어른이 돼서도 부처님과의 인연을 잇고 부산불교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원력이 담겨있다.

그래서 선재동자들은 연등회뿐 아니라 부산불교의 중요한 행사인 팔관회에서도 활약하고, 불연을 쌓기 위해 템플스테이 등 체험활동도 진행하게 된다. 부산불교연합회는 선재동자들을 40명까지 늘리고 기수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불자 양성 단체로 성장하겠다는 큰 그림이다. 그래서 물심양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노준기 부산불교연합회 부장은 “문화활동을 통해 불교와 인연을 맺고 그 인연을 계속 이어주면서 불자로서 일생을 살아가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며 “아이들이 인연을 맺도록 사찰과 스님, 불자들의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고 ‘선재동자’ 가입을 권유했다.

리허설을 모두 마친 후 아이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공연을 어떻게 봐주기를 바라느냐고. 역시 어린이다운 대답이 나왔다. “제 모습을 귀엽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묵직하다. “저희들 정말 열심히 할거에요.” 정말로 연등회 본 무대에서 ‘선재동자들’은 그야말로 빅히트를 쳤다.




부산연등회 본 공연을 마치고 모연에 나서자 스님과 불자들은 박수와 환대로 선재동자들을 격려했다.



부산=김하영 기자 hykim@ibulgyo.com
유지호 부산울산지사장 kbulgyo@ibulgyo.com

[불교신문 3715호/2022년5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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