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대가 진도군실내체육관 부스에 조성한 법당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스님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진도=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로 수백 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전국의 불교계가 이들을 추모하고 가족들을 위로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17일 사고현장에 급파돼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계종 긴급구호봉사대는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에 임시법당을 설치했다.
긴급구호봉사대는 지난 21일 오후 진도군실내체육관 부스에 법당을 조성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법회를 열었다. 괘불과 장엄등, 무시귀환을 바라는 소원지 등이 걸린 법당은 절망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이 기도를 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진도 향적사 주지 법일스님은 “실종자 가족들이 부처님의 품 안에서 쉴 수 있도록 법당을 조성하게 됐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정신적 치유와 상담을 펼치며 가족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고의 주요 피해자인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가족을 돕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안산지역의 불교계는 연등축제 제등행렬 대신 실종자의 무사귀환과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촛불기원법회를 거행하기로 했다.
안산불교연합회가 주최하는 촛불기원법회는 오는 26일 오후7시30분 안산시청 앞에서 열린다. 기원문 낭독과 석가모니불 정근 등을 통해 희생자의 왕생극락과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발원하는 자리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역시 충격과 비탄에 빠진 국민정서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치러진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는 지난 22일 오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올해 연등회는 화려한 장엄등, 가무를 지양하고 국민의 슬픔을 나누고 희망을 함께 모으는 경건한 행사로 내용을 전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6일 동국대 운동장에서 열리는 어울림마당은 기존 연희단 공연 대신 희생자들을 위한 천수경 독경과 석가모니불 정근, 실종자들의 생환을 기원하는 축원의식으로 진행된다. 연등법회에서는 국민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발원문과 기원문이 낭독된다. 연등행렬도 무겁고 조용한 모습으로 바뀐다.
전국 지역사찰들도 이에 발맞춰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전면 취소하거나 추모의식으로 변경해 전국민적인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부산불교연합회를 비롯한 전국 교구본사와 주요 신행단체들은 제등행렬를 취소하는 등 연등회 행사를 최대한 엄숙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로 결의했다. 문화공연과 이벤트행사를 일체 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으며, 영가등이나 기원등을 걸어 추모와 위로의 부처님오신날을 보낼 계획이다.
[불교신문3005호/2014년4월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