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이 가빈이 태희는 오늘부터 스님 상좌다”

3~7세 어린이 ‘스님과 인연 맺기’, 법명 수여
10년 간 1천여명과 제자 삼아, 아이들로 북적

스님에게 삼배하는 다섯살 가빈이

“오대경에게는 범행이라는 불명을 내린다”
수계사 원허스님이 법석에서 내려와 계첩을 주며 말했다. 대경이는 올해 7살된 사내아이다. 원허스님이 회주로 있는 선재어린이집 원아다. 계첩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려는데 태희(3세)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원허스님이 “나를 잘아는데 수계사 복장을 한 것이 낯설었나 보다”하며 열심히 달랬다. 그래도 태희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엄마 따라 능숙하게 절을 하던 다섯살 태희는 법당 부처님과 스님이 익숙한 듯 손에 쥔 계첩을 놓지 않고 스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스님 법문을 듣는 아이들

지난 16일 출가재일 날 혜원정사는 유아수계식을 했다. 출가재일 날 혜원정사는 ‘스님과 인연맺기’를 한다. 3살 이상에서 대학생 까지 유아 청소년 청년들에게 스님을 스승으로 인연맺어주고 수계를 한다. 이 날은 중 고등학생 등 11명이 ‘인연맺기’ 등록을 했는데 유아 3명만 왔다. 수계식은 한글로 풀어쓴 ‘부모은중경’ 독송을 하고 5계 수계식, 회주 스님의 법문 순으로 진행했다. 청소년들은 연비를 하고 유아는 마정수기를 한다. 원허스님은 아이들이 알아듣지 못하지만 5계를 하나 하나 짚어가며 의미를 설명했다. 그에 앞서 부모들에게 왜 ‘스님과 인연맺기’를 하는지 들려주었다.

“유발상좌 의식은 아이들에게 스승을 맺어주기 위함이다. 아이들이 성장해 살아가면서 스승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친구와 부모에게 말 하지 못하는 고민을 상담할 수도 있고, 살아가며 길잡이나 의지처가 되기도 한다. 요즘 말로 멘토다. 오늘 이 자리에 온 아이들은 너무 어려 기억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오늘의 일을 들려주고 기억은 못하지만 무의식 속에 자리한 스님과의 인연은 평생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인연을 맺었으니 스님을 잘 이용해라 자주 찾아와 대화하고 의지하라 스님 역시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도울 것이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스승을 맺어주는 참 의미다”

스님은 “그런데 스승과 인연 맺기를 과거 무속신앙의 일종이었던 ‘자식팔기’처럼 인식해 스님과 인연을 맺으면 잘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신자들도 있는데 이는 틀린 생각”이라고 바로 잡았다.

혜원정사는 아이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스님과 인연맺기’를 한다. 세 살 미만 영 유아에게는 마정수기를 하며 부처님의 가피 아래 건강하고 밝게 자라기를 축원한다. 천주교의 대부(代父)의식과 같은 내용이다. 출가재일에는 스님과 인연맺기 수계를 한다. 원허스님은 “10년 전 처음 할 때는 수백명이 참여했다. 신도 대부분의 자제들이 참여하다 보니 차츰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10년간 맺은 인연이 1천여명에 달한다. 이들이 자라 불교의 기둥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유발상좌’ 맺기다. 이 역시 스님과 인연 맺기 의식이지만 더 특별하다. 스님은 “유발상좌 의식은 아이가 원하고 부모 와 형제 등 전 가족이 원해야 한다. 그 조건이 충족되면 날을 잡아 당사자와 가족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법회를 열어 정식으로 상좌로 맞는다”고 말했다. 10년간 20가족이 스님과 은상좌 인연을 맺었다. 스님은 “유발상좌들 끼리 인연을 맺어 모임을 갖고 명절 등에는 찾아와 인사하며 어려울 때 상담도 하는데 40 후반도 있고 대부분은 대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1년간 고민하고 절에 왔다갔다 하다 맺은 상좌도 있고 한 집에 3명이 들어온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혜원정사는 아이들과 스님 사이에 인연 맺기 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 백일장,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하게 아이들을 불교로 이끌고 있으며 절 안에 어린이 집도 운영하는 어린이 포교를 가장 잘하는 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유아 수계식이 끝나고 ‘유발상좌’가 군대 제대 했다며 스님에게 인사를 왔다. 스님이 활짝 웃으며 자식처럼 반겼다.

기념 촬영을 하려는데 가장 어린 태희가 울음을 떠뜨렸다